david     데이비드 스미스의 초기작품에 보이는 폭력 이미지에 대하여

                                                                                1997. 6                  
    서  론

 화가로 출발한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 1906-65)는 1933년에 조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1935년과 36년사이에 약 1년간의 유럽여행 후 본격적으로 조각을 하였고,
1965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다양한 기법과 양식의 조각작품을 남겼다. 선적인 철조각, 볼
륨감 있는 추상작품, 또는 구상적인 부조나 큐바이 시리즈에서 보이는 추상적인 대형 작품
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그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기법에 있어서는 자신이 표현하려는 내
용에 따라 주조, 용접, 혹은 두 가지 방법을 혼합하기도 하면서 신축성 있는 방법을 구사하
였다.
 1947년에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 1909-1994)는 Horizon誌에 데이비
드 스미스를 회화의 폴락과 비교되는 미국을 대표하는 조각가로 인정하였다. 그린버그는
또한 "새로운 조각"(1948/58)이라는 에세이에서 스미스를 모더니즘 조각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가로 지목하면서, 스미스 작품의 모더니즘적인 측면이 부각되었다. 따라서 주제가
분명히 드러나는 1930년대와 40년대의 작품들보다는 모더니즘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그의 1950년대와 60년대의 작품, 특히 큐바이 시리즈에서 보이는 거대한 규모의 작품에 초
점이 맞추어 연구되어 왔다. 개설서에서는 물론 스미스의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로잘린
크라우스(Rosalind Krauss는 데이비드 스미스에 관해서 박사논문을 썼고, 2권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조차도 1950년대 이전의 작품들을 "초기작품"으로, 즉 성숙에 이르는 발전단계
에서 미성숙된, 다시 말해서 성숙된 작품의 전 단계로 보고 있다.
 스미스의 1930년대와 40년대의 작품들은 주로 구상적인 표현을 보여주고 작품의 크
기도 소규모이며 작업의 양도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시기 작품들에서는 이미지가 분명
히 나타나고 있고, 그중 몇몇 이미지들은 반복되고 있어서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스미
스의 작품을 좀더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것으로 여겨지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이 단순히 후기의 작품들을 위한 준비단계 혹은 전 단계로 보는 것은 이 시기의 작품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고 볼 수 없다. 미술 작품을 선별하고 평가하는데 있어서 그린버그의
모더니즘적 규범에서 본다면 사실적인 미술표현은 일화적이고 세속적이며 진부해 보일 수
있고, 또한 후기 작품에서 보이는 형식적인 장엄함이 없고 세련된 조형언어를 사용하고 있
지 않아 질적으로 떨어져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작품들은 상당히 진지하게 스미
스의 신념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 시기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많은 준비 스케치와 드로
잉 과정을 거친 후 제작이 되어서 매우 조형적이고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의미는 스미스 개인의 철학이 담겨있고 또한 그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인 현상
을 반영하고 있다.
 1930년대와 40년대의 미국과 유럽의 사회와 정치적 상황은 불안정 그 자체였다.
1930년대는 미국이 경제적 불황에 처하면서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이 부각되었고, 전 세계적
으로는 전쟁의 위기를 느끼고 있던 시기였다. 데이비드 스미스는 1933년 전후로 미국에서
혹심한 경제 공황을 경험했고, 1935년과 1936년 사이에는 유럽을 여행하면서 파시즘의 공
포를 미국에서 간접적으로 막연히 느꼈던 것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훨씬 강하게 느꼈을 것
으로 생각된다. 이 당시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파시스트 정부가 위세를 떨쳤고, 파시즘이 에
티오피아를 침범하였으며 나치세력이 그리스에 침투하였던 때이다. 스미스의 부인이었던
도로시 데너(Dorothy Dehner)에 따르면, 그는 유럽에 머무르는 동안 나치정권을 피해 온
많은 피난민을 만났고 그들을 통하여 독재와 전쟁의 참혹함을 실감했다고 한다. 또한 스
미스는 스페인 내란과 1937년에 있었던 스페인의 게르니카의 폭격에 의한 수많은 민간인이
이유없이 희생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인간의 잔악함과 제2차 대전에서 원자폭탄의 위력을
경험했다. 그는 폭력의 이미지를 통하여 이런 인간의 이기심, 비열함, 잔악함, 더 나아가서
가스전쟁이나 생화학전쟁으로 인한 인간의 살상과 결국에는 인간을 멸종시킬 수도 있는 모
든 방법에 맹렬한 비난을 가하고 있다. 그의 사회 비판적인 작품들은 결국은 그의 도덕성
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러한 사고는 그의 여러 작품을 통하여 강하게 표출되어 있다. 물론
그러한 우려와 두려움은 스미스 혼자만이 경험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무기에 대한 두려움
이나 전세계적으로 팽배해진 이권의 대립에 의한 파멸의 가능성 등은 동시대 작가, 예를
들면 테오도르 로작(Theodore Roszak)같은 조각가의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미술사 연구에서 주제에 대한 연구는 미술의 사회사적인 접근법이 부각되면서 활발
히 진행되고 있다. Ann Gibson이 지적한 바도 있듯이, 최근 학자들은 추상표현주의 작가들
의 작품들의 주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고 조각의 경우도 이전의 형식적이거나 기법적인
면에서 논의되던 것이 지양되면서 새로운 대안적인 해석이 시작되었다. 이런 논의에 의해
서 주목받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데이비드 스미스이다.
 이미 1971년에 로잘린 크라우스는 Terminal Iron Works라는 저서를 내면서 스미스
의 작품에서 주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크라우스는 스미스 작품의 주제를 광범위하
게 논의하고 있지만, 그는 그 의미를 스미스의 성격이나 개인적인 측면에서 해석을 하고
있고 초기 작품에서 보이는 여러 이미지를 후기의 기하학적인 추상 형태들과 연결시켜
해석하면서 초기 작품에서 보이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강한 메시지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있다.
 스미스의 작품 이미지 연구에서 가장 심도 있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학자는
Robert Lubar이다. 그는 스미스의 1946년작인 <쥐라기 새>를 그 작품이 제작된 시대의 사
회적, 정치적인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다. 본 발표에서는 Lubar의 틀을 가지고 스미스의
작품의 초기 작품들 중에서 가장 분명하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정치적 폭력의 이
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따라서 본 발표에서는 스미스가 추상표현주의자인지 아닌지, 혹은
그가 추상표현주의 화가들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논의하지 않겠다. 그의 초기
작품들에서 이미지들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고 이런 이미지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그
당대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과 연결시켜 해석해 보고자한다.

본  론

1. 불명예의 메달
  데이비드 스미스의 전체 작품 중에서 주제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작품은 1939년에서 40년
사이에 제작된 <불명예의 메달> 시리즈이다. 15개의 메달로 이루어진 이 시리즈는 원형,
타원형, 사각형의 다양한 모양이고 크기는 25에서 30센티미터 내외이며 한쪽 면에만 이미
지와 그리스 문자가 나타나 있다. 화면 구성이 비논리적이며 여러 모티브들이 화면 안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는 듯한 경우가 있고, 또한 이미지들도 초현실주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이상한 혼성물들이 나타나고 있어 전체 메달의 일반적인 표현 양식은 초현실주의적인 어법
을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메달 시리즈가 실제로 제작된 시기는 1939년과 40년 사이이지만 스미스는 유럽
여행에서 돌아 온 직후부터 이 시리즈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였다. 이 메달들의 조형형식은
유럽여행 동안 그리스의 아테네 박물관에서 보았던 그리스 동전들과 수메르의 원통형 인장
에 대한 스미스의 관심에서 출발하였다. 보다 직접적인 계기는 그가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제1차대전에 대한 풍자적인 메달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후 뉴욕에 돌아와서
이 시리즈를 제작하였다고 도로시 데너는 회고하고 있다.
  메달의 역사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고 동전처럼 양면에 이미지와 글이 들어가
는 것이 일반적인 형식이다. 메달은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사건을 기념하고 명예롭게 하는
것이 목적이고 때로는 비판적이거나 풍자적인 내용도 있다. 20세기 이전의 메달은 대부분
아름답고 명예로운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20세기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제1차 대
전을 치른 후 독일의 루드비그 기스 (Ludwig Gies)나 칼 괴츠(Karl Goetz)같은 메달전문가
들은 표현주의적인 거친 표현이나 해골의 이미지로 당대의 끔찍한 상황을 풍자하였다. 아
마 스미스도 루드비그 기스의 <죽음의 댄스>(도 1)와 같은 전쟁이나 사회 풍자적인 내용
을 담은 메달들을 보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불명예의 메달>은 스미스가 유럽여행에서 경험한 전쟁과 파시즘에 대한 두려움과 잔악
함에 대한 고발이 깔려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8세때 겪은 제 1차대전, 또한 1915년에 결
성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만행과 사형의 이야기 등이 축척되어 그의 뇌리에 남아 있었을
것이고 특히 불경기에 느낀 미국 사회에서 독점자본주의의 모순이나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
하기 위한 이기적인 폭력 등 정의롭지 못한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현실의 사람들, 사건들,
사회환경에 대한 비판이 함께 나타났을 것으로 본다. 사실 스미스는 적극적으로 현실 참여
를 하였던 작가이다. 특히 1930년대에 스미스는 John Reed Club이라는 진보적 정치기관에
연루되어 있었고 정치적인 퍼레이드에 참가한 적이 있다. 또한 그는 스페인의 공화당을 위
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작품을 팔기도 했으며, 전쟁이란 "자본주의의 배신"에서 발생하
는 것이라고 자주 언급하였다. Elizabeth McCausland와 한 인터뷰에서는 이 메달은 "세
상의 병폐를 대담하고 도전적인 신념을 갖고 응징하려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 메달에서 보이는 사실적인 표현은 대중들이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이미지이므로 급진
주의자들이 열광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불명예의 메달>의 수많은 이미지를 모두 읽어내
기는 어려움이 있다. 이 메달들은 섬세한 주조기법으로 제작되어 도판으로서는 세부의 확
인이 불가능한 점이 많으며 이미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하드라도 이들 하나 하나가 지닌 상
징성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고, 전통적인 의미로 대상물들을 해석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
논리정연한 해석은 불가능했다. 다만 가능한 범위 안에서 메달들이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는데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불명예의 메달>의 이미지들은 복합적으로 나타나지만 크게 사회 비판적인 것으로 해석
될 수 있는 것들과 폭력이나 전쟁의 잔악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들로 구별해 볼 수
있다.
  스미스는 <불명예의 메달>시리즈 중에서 <네 번째 재산>(도 2)이라는 메달을 제작하여
출판계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스미스는 Hearst Press에 반대 데모를 한 적이 있다. 허
스트 출판사는 William Randolph Hearst가 설립한 것으로 그는 출판업에서 대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그의 신문사의 편집장이던 그의 아들은 플리쳐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출판계의
황제와 같은 존재이다. 허스트는 1895년에 뉴욕저널을 사들인 후에 다른 많은 신문사와 잡
지사를 사들여 1937년에는 25개의 신문사를 소유할 정도였고 그의 재산은 미국의 곳곳에
산재되어 있었다. 그의 화려한 성공에 비해 그에 대한 비판은 거세었다. 그는 센세셔널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하여 왜곡되거나 조작된 뉴스를 만들고 한 개인을 먹칠하거나 거의 뉴
스거리가 될 수 없는 천박한 내용이나 사진의 출판을 일삼는다고 비난받았다. 이 메달에
는 허스트 출판사라는 직접적인 암시는 없지만 출판업자의 비양심적인 면모와 독점 자본주
의의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사회 비판적인 내용은 또한 <식품관리>라는 메달에서도 보여주는 데 한쪽에서는 굶주린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편에서는 남아 돈 밀과 다른 곡류를 거대한
더미로 쌓아놓고 음식을 폐기처분하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비난하는 것이며 근본적으로 인간의 이기성과 비도덕성을 고발하는 것이라고 하겠
다. 사회의 법과 질서의 모순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비열하고 잔악함이 <사적인 법과 질서
연맹>(도 3)이라는 메달에서 보다 설명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메달을 살펴보면, 화면의
가장 전면에 메달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으면서 맨 앞에 KKK단원의 복장을 한 인물이
압도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 메달은 백인우월자들에 관한 이야기임을 쉽게 알아차
릴 수 있다. 맨 위의 지평선 위에는 KKK단원의 두건이 한줄로 놓여 있고 그 중간쯤에 커
다란 정자 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에는 인간이 열매같이 매달려 있다. 이 열매는 이미 나무
에 앉아 있는 독수리 같은 맹금의 먹이가 될 것이다. 화면의 중간에 설교단이 있고 그 위
에 교수대가 세워져 있으며 이 교수대에는 올가미가 걸려있다. 이 올가미 아래에는 KKK
단원의 두건을 쓴 인물이 손을 들고 있고 다른 쪽에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커다란 손이 부
조되어 있다. 그 바로 옆에는 또 다른 손이 나와 종모양의 총을 발사하고 있으며 그 오른
쪽 멀리에는 자유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이 작고 초라하게 나타나 있고 그 상의 다리부분
에는 순수무구의 상징인 태아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건물의 한쪽 귀퉁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속에는 한 여인이 갇혀 있으며 사람의 머리부분만이 줄에 매달린 모습
과 함께 성조기가 걸려 있는데 그 아래에는 마차의 바퀴가 보이고 한 여인이 고통받는 모
습으로 서 있다. 부조의 왼쪽에 역시 또 다른 여인이 밧줄에 목이 메인 채로 서 있는 뒷모
습이 보이고 왼쪽에는 메달의 둥근 틀에서 약간 벗어난 군인 복장하고 미국해병의 모자를
쓴 인물이 있는데, 스미스는 이 인물을 "superamerican"라고 이름을 붙였고 그는 이 화면
의 안 쪽을 향하여 총을 겨누고 있다.
  이 메달은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법과 질서라는 미명하에 수 없이 사형 당하는 사람들
의 모습과 1915년 경에 결성되어 당대까지도 극성을 부리던 백인우월주의 단원들의 히스테
리로 인하여 어처구니없이 희생당하는 무고한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의 만행을 폭로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 메달의 경우는 일반적인 폭력의 모습보다는 구체적
으로 미국임을 암시하는 상징물 - 자유의 여신상, 성조기, 미군의 모습 - 이 나타나고 있
어 미국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한다고 볼 수 있겠다.
  당대에 법이나 사형의 문제에 관심을 두었던 경우는 스미스만이 아니다. 이사무 노구치
의 1934년 작 <죽음: 사형당한 인물>(도 4)이란 제목의 작품에서 교수형에 처해진 인물을
그대로 매달은 채로 놓아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노구치는 이 작품의 모
티브를 당시 문제가 되었던 한 흑인이 사형 당하고 불태워진 모습이 International Labor
Defence誌에 실렸던 사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법과 질서의 문제와 자본가의 이기성을 고발하는 내용은 또한 <전쟁에서 면제된 부자의
아들들>(도 5)에서 보여지고 있다. 이 메달은 5개의 작은 장면으로 분리된 이야기 중심적
인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이 논리적으로 연결된다기 보다는 단편적으로 전개
되고 있다. 맨 위에 전쟁의 드럼 위에서 부채춤을 추고 있는 원숭이가 있고 그 뒤에는 카
니발 전구들이 반짝이고 있다. 오른쪽에는  이 메달의 주인공이 햇빛이 내려쪼이는 들판길
을 말 타고 달리는 폴로 경기를 하는 소년으로 묘사되어 있다. 작은 타원형 안에는 한 여
인이 잔에 자신의 가슴에서 우유를 붓고 있고 그 밑에는 또다른 여인 이 목이 없는 두마리
의 돼지를 안고 있다. 그 오른 쪽의 정사각형 안에는 두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아래쪽
에는 용접공과 군인이 고통스럽게 일을 하고 있는 반면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위의 부분은
전쟁에서 면제된 아들들의 쾌락의 영역이다. 여성의 토르소가 좌우에 배치되고 여성의 다
리는 잔인하게 칼로 잘려 있는데, 그 칼은 리본으로 장식되어 있어 가족의 행운이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중간의 큰글씨는 soft cookies 라는 그리스어인데 그 의미는 "좋은, 선량한
사람들"이라는 은어로서 풍자적인 의미로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노동자와 군인의
고통스런 노동과 부자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대비시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희생시키는 부
자들의 이기성과 잔인성을 비판하고 있다.
  부자들의 이기주의는 전쟁에 아들을 내보내지 않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군수품 생산
자들>(도 6)에서는 자본주의자들이 보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다. 여러
명의 해골모습의 인물들이 나타나 있다. 이들은 사지가 절단되었기도 하고 총이나 대포 등
의 무기를 들고 있다. 물고기도 뼈만 앙상히 남아 있고 곳곳에는 포탄 구멍이 나 있어 파
괴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메달의 전면의 거대한 거북이는 무장한 탱크의 이미지로서, 전
쟁 중에 무기 생산으로 이득을 취한 무기상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그 좌우에는 동전의 흔
적이 보이는 데 이것은 전쟁 동안에 군수품 생산자가 취한 이익을 상징하고 있다. 이 메달
은 전쟁과 착취의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려는 듯하다. 스미스는 전쟁이란 "자본주의의 배
신"이라고 자주 언급했으며 또한 자신의 노트에 "전쟁이란 무기 생산자들이 살상으로 이득
을 취하는 사업"이라고 적고 있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라고 여겨진다.
  전쟁에 대한 공포감과 문제점은 메달의 여러 작품에서 나타난다. <전쟁 선전>(도 7 )은
털이 많이 난 유순해 보이는 황소를 탄 적십자사의 간호원이 클라리넷을 불고 있어 언뜻
보기에 목가적인 정경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눈여겨보면 불길한 징조들이 눈에 뜨인
다. 스미스는 이 메달을 위한 드로잉을 남기고 있는데 이 드로잉에 자신의 작품 아이디어
를 기록하고 있다.(도 8) 맨 앞에는 말이 죽어 있다. 이 말이 죽어 있는 모습은 피카소의
게르니카에서 빈사상태에 있는 말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이 두 말의 이미지가 조형상으
로 일치한다기 보다는 전쟁이나 파괴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당한 상징적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 말 위의 "전쟁선전"이라고 쓴 단 위에는 사람보다도 큰 물
고기가 작살에 매달려 있는데 이 물고기는 이미 어린아이를 먹어버렸다. 또한 커다란 거미
가 거미줄에 걸려 있고 선전을 암시하려는 듯 여러 개의 스피커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가
장 기분 나쁜 이미지는 맨 위 부분에 나타난 남근-대포 이미지이다.
  이 그로테스크한 대포-남근상의 혼합형태는 누워있는 여성을 위협하고 있다. 스미스의
작품에서 여성과 태아는 공격받는 존재, 남성은 공격을 가하는 가해자의 이미지로 나타난
다. 스미스는 잔인하고 성적인 공격을 하는 이미지를 통하여 군대의 잔악성과 전쟁의 야만
성을 표현하려 했다. 스미스는 이 메달을 위한 드로잉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죽음의 기계
에 의한 정신의 강간"의 이미지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 옆에 질타하는 손의 모습은 거의
중세 조각양식으로 간략하게 표현되었는데 "하느님의 손"이라고 스미스는 말하면서 잔악한
행위를 비난하듯이 표현되어있다.
  스미스는 인간을 전멸로 몰아넣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전쟁의 종류를 보여주고 있다. 우
선 <박테리아에 의한 죽음>(도 9)을 보면, 한 중앙에 하프 같은 형상이 있는데, 하프는 서
양에서 가장 오래된 현악기로서 내세로 영혼을 인도한다는 죽음과 관련된 악기이다. 이 하
프를 중심으로 3개의 손들이 연결되어 있는데 그 안에는 각각 병원균을 배양하고 실험하는
기구나 동물(몰모트 - 바로 옆에 있는 태아의 형상보다도 훨씬 큰 불길한 느낌을 주는 모
습)이 들려져 있다. 이 손은 인간이 생화학 실험을 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고 화
면의 하단에서는 이미 제조된 물질(박테리아?)이 지구상에 뿌려지고 있다. 그 주변은 이미
죽음의 바다로 변해 있다. 화면의 전경에는 땅 속에 묻힌 해골의 모습이 보이고, 그 위에는
서양식 관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으며 시신이 널려있고 화면의 좌우에는 공동묘지가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이 메달에서는 인간의 어리석은 실험에 의해 인간이 멸종된 모습을 보여주
고 있어 생물학전에 의한 인류의 멸종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가스에 의한 죽음>(도 10) 또한 인간을 멸종시킬 수 있는 다른 전쟁의 종류를 보여주
고 있다. 전체 메달의 형상이 투구 같은 모양이고 그 안에는 갖가지 죽음을 암시하는 모티
브들이 있다. 가스통이 있고, 해골의 인물이 태아를 들고 있는데 이 아기 역시 가스 마스크
를 착용하고 있고 배경에 떠다니는 유성들조차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뼈가 앙상한 새가
날고 있고 가운데 부분에는 폐가 분해되어 나타나고 있다. 메달의 왼쪽 아래에는 절규하는
듯한 어린이의 얼굴이 확대되어 있다. 이미지는 시케이로의 1937년작 <절규의 메아리>(도
11)에서 파괴된 전쟁무기와 인간이 전멸된 풍경을 배경으로 절규하고 있는 거대한 아기의
얼굴을 연상하게 한다. 스미스가 시케이로스를 참조했든지 않했든지를 떠나 파멸의 모습을
배경으로 크게 부각되어 있는 일그러진 모습은 보는 이에게 전쟁의 잔혹성을 강하게 전달
하고 있다.
  대량 학살로 인한 인간 멸종의 위험성에 대한 고발은 <민간인 폭격>(도 12)에서도 나타
난다. 다른 메달에 비해 비교적 간략하게 표현된 이 메달에는 스투카(독일의 급강하 폭격
기) 황새가 높이 날면서 알을 떨어뜨리고 있다. 황새는 전통적으로 탄생의 전령인데 여기
에서는 생명의 근원인 알을 떨어뜨리고 있으나 이것은 생명의 씨앗이 아니라 죽음의 씨앗
이다. 한편 거대한 동상이 뱃속의 아기를 드러내면서 부서져 있고, 죽은 아기가 폭탄 위
에 얹혀있으며 아기용 의자에는 아기 대신 폭탄이 놓여 있다. 땅은 갈라지고 빌딩은 산산
이 부서져 있다. 스투카 황새를 통하여 은유적으로 공중전, 핵폭탄에 의한 파괴에 대한 두
려움이나 그 위험성에 대한 고발은 스미스가 이후에도 계속해서 다루는 주제이다.
 
  1940년 11월에 Willard Gallery전시회 카탈로그의 표지에 실린 스미스의 드로잉(도 14)은
<민간인 폭격>의 이미지를 반복하고 있다. 두 해골 이미지 중에 하나는 파괴의 도구인 총
과 폭탄을 들고 있고 다른 하나는 자궁의 형상을 들고 있는데, 스미스의 작품에서 자궁의
이미지는 순수하고 무구한자를 상징한다. 그 안에는 희생의 상징으로 두 여자의 이미지가
그려져있다. 이런 내용을 카탈로그의 표지에 실었다는 것은 자신의 작품 전시회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시기적으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통해서
도 잘 알려져 있듯이 당시 유럽에서 만연된 파시스트나 나치에 의한 민간인의 폭격에 대한
스미스의 항거를 표현한 작품으로 본다.
  "세계 정세에 대하여 울분을 터뜨리던 젊은이"로 기억되는 스미스는이 메달 시리즈에
서 파시즘, 전쟁, 자본주의에 대한 냉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표현된 모든 주제는
인간의 정신에서 가장 비열한 것으로서 전쟁도발자, 출판업자, 자본주의자를 포함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아이러니 하게 꾸짖고 있다. 여기에서 표현된 내용은 아무도 용서받을 수
없는 듯하고, 이 시리즈는 결국 우리시대의, 우리세계의 치욕에 바쳐진 메달들이다.
  1차적으로는 당대의 사회, 정치, 경제의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스미스는 정치적, 사회적인
폭력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한 비난을 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스미스 자신의 삶과 주
변의 세상에 대해 그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과 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복합적인 상징성이 1940년대의 작품에서는 단순화되거나, 초기에 본 이미지들이 약간 변형
되어 나타나고 1945년 이후의 작품에서는 철조 작품을 통하여 이미지의 주제 자체에서 오
는 상징성 이외에 시각적으로 강한 표현 효과를 주는 철조를 통하여 표현하였다.

2. 1940년대의 주조 작품들
  <불명예의 메달>의 주제 중에서 나중에까지 반복적으로 표현한 이미지는 폭력과 파괴를
상징하는 것들이다. 그 대표적인 형상이 대포와 남근상의 형태를 복합시킨 형상으로 이런
이미지가 때로는 날개를 단 형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형상은 전쟁과 관계되는 이미
지로서 대포, 총, 칼, 폭격기를 암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같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1941년 12월에 일어난 진주만 폭격으로 인한 태평양 전쟁과 이어서 제2차 대전으로 미국
이 전쟁상태에 돌입하자 스미스의 활동에도 장애가 생겼고 그의 작업량도 급격히 감소되었
다. 군의 징병을 피하기 위해서 대신에 탱크 만드는 공장에 용접 일을 하면서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 자신의 작업은 거의 할 수 없고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된 일을
하던 이 시기는 자신이 메달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전쟁에 의한 온갖 고통을 체험하게 되
고 이런 체험은 메달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더욱 발전시켜 험난한 삶의 체험이 작품 속에서
거칠고 우울하며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형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1940년대에 제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스미스는 대형 작품을 거의 제작하지 못하고 몇
점의 소규모 조각작품만을 제작하였고, 대신에 40권이 넘는 스케치북에 스케치와 드로잉,
자신의 아이디어를 남겼다. 이 시기의 드로잉 중에 초현실주의 풍경화로 그려진 <점령된
도시>(도 15)를 보면, 맨 위의 부분에 여성이 그로테스크한 대포-남근상의 혼합형태에 의
해서 위협받고 있다. 날개 달린 대포-남근상의 이미지가 화면의 전경에 나타나 있고 다른
여성들도 그 뒤에서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들의 궁극적인 운명은 그림의 오른쪽 배경
에 산더미 같이 쌓인 엉망이 된 시신들에서 암시되고 있다. 하늘에는 3개의 어두운 구름이
떠있는데 그 속에도 이미지가 각각 하나씩 그려져있다. 중앙의 구름 속에는 전경에 보이는
남근-대포와 여성의 이미지가 반복되고 있고 좌측에는 인간과 새가 합쳐진 혼성물이 있
으며 우측에는 비행기, 공중 폭격기가 그려져 있다. 스미스는 자신의 작품에서 여성과 태아
를 공격받는 존재, 남성은 공격을 가하는 가해자의 이미지로 나타낸다. 스미스는 잔인하고
공격적인 행위를 하는 이미지를 통하여 군대의 잔악성과 전쟁의 야만성을 표현하려 했다.
  이런 드로잉에서도 보여진 대포와 남근상의 위협적인 혼성물과 누워있는 여성을 합하
여 폭력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이미지가 1943년과 1947년 사이에 <잔악 행위>(도 17),
<전쟁풍경>(도 18), <강간>(도 19), <황금 당나귀를 탄 유령>(도 20)등의 소규모 주조작
품에서 약간씩 변형되어 나타나고 있다.
  1943에 제작한 <잔악 행위>는 앞에서 보았던 대포와 여성의 모습을 기본적으로 보여주
고 있다. 바닥에 눕혀져 있는 여성의 모습은 V형태로 여성의 다리가 벌려져 있고, 그 위에
남성의 생식기의 형태와 대포의 이미지를 혼합한 흉물스런 이미지를 표현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전쟁과 여성의 강간의 공포를 동시에 떠올리고 이는 곧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이
런 여성의 모습을 대지와 연결시키는 것은 전통적인 은유이고 스미스도 이런 전통에서 지
구상의 파괴, 황폐화를 표현하는데 수동적인 여인이나 손발이 절단된 여성의 모습을 전쟁
이나 폭력의 시각적인 은유로 쓰고 있다. 이 작품의 경우에는 대포에 두 팔이 붙어 있고
손에는 도끼 등 연장이 들려있는데 도끼는 연장 자체가 주는 의미에서 파괴를 암시할 수도
있고 한편 이탈리아 파시즘 운동의 표상이 느릅나무와 함께 도끼였으므로 파시스트를 상
징하는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또한 1945년 작 <배반한 알비온>(도 21)에서 머리에는 공격적인 뿔이 달려 있고 그 몸
은 여성의 토르소 같은 형상인데 토르소 표면에 역시 대포와 남근상이 혼합된 이미지가 부
조로 되어 있다. "알비온" 이란 영국의 옛날 이름이므로 사실상 영국의 호전성을 비난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황금 당나귀를 탄 유령>(1945)에서 이상한 괴물이 나팔을 입에 물고 당나귀 같은 동물
을 타고 있다. 이는 <불명예의 메달> 중에서 "전쟁을 위한 선전"에서 짐승을 탄 인물상과
유사하다. 대포-남근상, 여성의 가슴, 부분적으로 파손된 새의 날개, 사람의 다리, 동물의
머리와 발 등을 조합하여 만들어진 이 괴물은 보히로니모스 보슈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이
상한 혼성물을 연상시킨다. 이 괴물 기수는 트럼펫을 불고 있는 데, 이 트럼펫은 입과 코를
벌리고 있는 당나귀의 얼굴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당나귀의 모습은 게르니카에서 고통받
는 말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3. 유령 시리즈
  남근-대포 이미지 이외에 전쟁이나 폭력과 관련시킬 수 있는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는 새
나 짐승의 형상을 띤 유령(specter) 시리즈이다. 1944년과 48년 사이에 용접기법으로 제작
한 <전쟁 유령>(도 22), <거짓 평화 유령>(도 23), <이익을 위한 유령>(도 24), <쥐라기
새>(도 25), <봉황>(도 26) 등은 주로 새의 뼈대 이미지를 통하여 전쟁이 내포하고 있는
파괴와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새라는 모티브에서 메달 시리즈 중에서 <민간인 폭
격>에서 보여준 핵폭탄의 위력이나 공중전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게 표출되어 있다. 1937년
의 게르니카의 폭격과 함께 직접적으로는 1945년에 일본에 투하된 핵폭탄에 의해 발생되는
파괴력과 잔인성에 대한 고발에서 의도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1944년 <전쟁 유령>은 강철과 무기의 이미지로 이루어진 머리 없는 괴물이 맹렬히 돌진
하고 있는 형상이다. 머리가 칼의 이미지로 대체되어 생각없이 무력을 앞세우는 인간의 모
습을 형상화한 듯하다. 이 유령은 한 손에는 깃발을 들고 다른 손에는 무기를 들고 앞으로
돌진하는 군인의 형상이다.
  1945년 <거짓 평화 유령>은 폭격기와 새의 이미지를 동시에 연상시키고 새의 부리 부분
의 아래에는 큰 접시 위에 여성의 이미지가 희생물처럼 놓여있다. 이 작품에 대해 스미스
는 "비둘기로 가장한 전쟁의 새는 부리에 시든 올리브 나무 가지를 물고 그의 자궁 속에는
공중 폭탄이 있고 발톱에는 뭉개진 시체가 있고 이 이상한 형상은 한때는 아름다웠지만 지
금은 찢겨진 날개를 가지고 있는 추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고 스미스는 언급하고 있다.
Lubar같은 학자는 이 형상을 미국 독수리의 변종, 즉 당시의 미국의 상황을 스미스가 풍자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작품이 제작될 당시는 2차 대전이 종식되고 독일의 항복 이후
에 미국이 독일에 평화 수호단을 파견했을 즈음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 전쟁에 분노하고
있었고 복수심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에 대해 스미스는 이런 복수하려는 욕망이 평화
의 장애물이 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전후에 독일을 점령하는 것은 경제적, 정
치적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지만 이런 미국의 평화 유지 세력의 비인간성에 분노를 느낀
듯하다. 결국 이 작품은 전쟁 이후 미국이 취한 제국주의적인 태도에 강력하게 고발하는
작품으로 해석된다.
  같은 철조 작품인 <쥐리기 새>는 보다 복잡하고 암시적이다. 우선 구성은 3 부분으로
되어 있다. 맨 바닥에는 대지를 바치고 있는 2 마리의 폐어(lungfish)가 있고 그 위에는 스
미스가 폭력의 이미지로 가장 자주 사용하는 대포와 남근의 이미지에 날개 달린 형상이 둘
이 있고 그 위에는 새의 뼈대를 약간 앞으로 굽힌 모습 (잠수하는 듯한 자세)으로 공중에
띄워 놓았다.  이 작품의 준비 스케치 중의 하나를 보면 이 새의 갈비뼈의 위치에는 고대
에 노예를 이용하여 노를 저었던 군함을 연상하는 형상의 배 모양을 조합하려는 시도가 보
인다.
  이 작품의 의미를 좀더 살펴보면, 스미스가 <쥐라기 새>를 제작할 때 참고로 했다고 생
각되는 새의 모습은 스미스의 소지품 속에서 발견된 Hesperornis Regalis(도 27) ) 라는 백
악기의 다이빙하던 새이다. 이 새는 다이빙하던 새 중에서 가장큰 (약 4피트) 종류로서 날
개는 퇴화되어 없어졌으며 먹이를 잡을 수 있는 강한 턱을 가지고 물속에 잠수하여 먹이를
잡던 강한 새였다. 스미스는 이 새가 쥐라기가 아닌 백악기의 새임에도 이 새를 "쥐라기
새"라고 부른 이유는 이 새가 가지고 있는 공격적으로 다이빙하는 습성이 공중급강하 폭격
기를 연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고 이는 공룡과 나는 파충류가 살던 쥐라기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포의 감정과 잘 맞아 떨어져 훨씬 강렬한 호소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Lubar는 주장하고 있다. 이 새에 대한 실제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한다기 보다는 이 새의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공격적인 공포감에서 스미스는 이런 이미지를 사용하였을 것이다.
  결국 쥐라기 시대의 생존을 위한 투쟁과 현대의 경쟁과 대결을 비교함으로서, 스미스는
쥐라기 시대의 공룡과 나는 파충류는 자연 재앙으로 멸종되었지만, 현재의 인간의 생존의
투쟁도 - 군과 경제의 전쟁 - 인간의 멸종으로 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단 아래의 페어가 상징하는 것은 인내와 영속성이라고 하겠다. 폐어는 3000만년전에도
생존했던 어류로서 데본기에 지구상에 흩어져 있던 물고기인데, 우기에는 얕은 늪지에 있
다가 건기가 되어 늪지가 말라붙게 되면 몸에 진흙을 바르고 몇 달 동안 생존해 있는 물고
기이다. 이런 폐어의 속성에서 스미스는 생존의 영속성과 인내심의 상징으로 쓰고 있다. 더
구나 다른 생물들이 변종 하였어도 폐어는 자신을 변종시키지 않고 원래 모습을 유지했다.
이런 기사가 스미스의 스케치 북에 스크랩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폐어는 생존과 연속성의
상징으로 스미스의 작품에서 사용되었을 것이다. 폐어를 맨 아래에 위치 시켰고, 그 대좌의
3단계는 지구 자체를 상징하는 것이다. 더구나 받침대와 물고기는 이 작품에서 다른 물체
를 떠받치고 있다. 요컨대, <쥐라기 새>에서 단을 중심으로 위와 아래를 구분하여 위층은
투쟁과 멸종의 상징을, 아래에서는 폐어를 3 단계의 좌대 위에 놓았는데 이 3 단계는 -지
질의 침강, 침적을 상징 - 지구 자체를 상징하는 것이다. 대좌와 폐어는 위에서 벌어지는
투쟁의 영역을 받치고 있어서 자연의 질서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파괴보다 강한 힘이 있음
을 제시하려는 듯하다.
  <쥐라기 새>와 같은 맥락에서 <이익을 위한 유령/생존 경쟁>(1946), <봉황>(1948)을 해
석해 볼 수 있다. <이익을 위한 유령/생존 경쟁>은 사슬로 된 다리를 가진 해골이 질주하
고 있는 모습이다. 이 해골은 숟가락을 들고 있는 데 그 안에는 뒤틀린 사람의 형상들이
들어 있다. 새의 이미지에서 <쥐라기 새>와도 유사하여 이 작품들을 한 쌍으로 해석이 가
능하다. 즉 反戰과 反자본주의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스미스는 투쟁이란 생산과 이익이
지배적인 현대세계에서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되고 생존을 위한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기
계화된 발로 몸을 지탱하면서 숟가락에 사람을 담고 있는 모습은 인간을 희생시킨 전쟁의
파괴성과 무자비함을 표현하였으며, 대포의 이미지 보다 더 격렬하면서 추상화된 이미지이
다.
  <봉황> 역시 <쥐라기 새>와 같은 해골 형상의 유령이면서 멸종된 맹금(육식의 새)의
모습이다. 새의 뼈대는 역시 공중전에 의한 죽음이나 공포의 이미지일 수 있는데 이 작품
의 제목이 봉황 (Royal Bird)임을 감안할 때 왕국이나 왕권이 함축되어 있고 따라서 파시
스트왕국이나 제국주의의 파괴력을 상징하려 했을 것이다.
  1945년과 48년 사이에 보이는 폭력의 이미지는 주로 전쟁에 관한 이미지로 집중되었고,
특히 새의 모티브를 통하여 공중전과 핵폭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것은 스미스
가 히로시마와 나카사카에 투하되었던 핵폭탄의 위력을 보고 인간의 멸종을 염려한 의도로
해석해 볼 수 있다.
  2차대전 이후 스미스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미국 조각가인 데오도르 로작의 작품에서도
전쟁의 폭력이 시각적인 상징으로 보여진다. 특히 이 두 조각가들은 주제 선택에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로작의 1946 - 47년작 <새끼 매의 유령>(도 28)은 Ann Gibson
도 지적했듯이 스미스의 유령 시리즈와 제목에서뿐만 아니라 불길해 보이는 형상에서도 유
사하다.  이 두 작가의 작품에서는 공통적으로 거친 표면 질감과 감정적인 날카로운 선이
있다. 즉 날카롭게 돌출 되고 가시 같은 선이 지배적이다. 예리한 윤곽선이 두드러지고 이
런 선들은 비묘사적인 선이지만 매우 감정적이고 강한 표현성이 있다. 이런 작품들에서 보
이는 유사성은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이들이 2차 대전을 경험하면서 공중전에 대한 관심
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스미스의 1940년대 후반의 철조 작품에서는 전쟁에 대한 공포일 수 있고 일반적인 대결
의 공포일 수 있는 <숫탁의 싸움>(도 29) 같은 작품도 제작하였다. 예리한 선은 보는 이에
게 공포감과 두려움을 줄 수 있다. 또한 1947년작 <공격적인 성격>에서 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운 선을 이용한 작품에서는 그 자체의 시각화된 조형적인 상징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예리한 강철의 선들은 강한 표현 효과가 있다. <전쟁 망령>, <숫탁의 싸움> <거짓평화
망령>에서 사용된 선의 방향과 힘은 거의 면도날과 같은 모습으로 공포감을 그대로 전달
하고 있다. 또한 스미스는 멸종되어 버린 육식의 새나 뼈대가 앙상한 괴물을 표현하기 위
해서 <쥐라기 새>나 <봉황>에 강철을 쓰고 있다. 스미스는 강철을 "강간자, 살인자,죽음을
다루는 거인"과 연결시키고 있는데, 이는 유럽에서 파시스트 군대의 확장과 전쟁을 경험하
면서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결   론
 스미스는 선사시대의 새를 참조하고 핵폭탄의 전쟁에 대한 그의 공포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날개 달린 남근상과 대포를 연결시켜서 표현하였다. 스미스는 한 인터뷰에서 "세상
의 병폐를 대담하고 도전적인 신념을 가지고 응징하려고 하였다"고 언급했듯이, <불명예의
메달> 시리즈, 유령 시리즈 등을 포함한 몇몇 1940년대 주조 작품들 속에 흐르고 있는 불
쾌감과 열정은 기본적인 인간의 결점에 대한 절망과 신랄한 비판이다. 치욕스런 세상에 대
한 경멸과 거부감은 완화되지 않은 채로 표출되어 있으나, <쥐라기 새>와 같은 작품에서
는 상징적이고 암시적으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이점은,  Lubar도 지적했듯이, 스미스는 세
계 제2차 대전이 진행되고 있을 때조차도 정당화될 수 있는 전쟁이 있다고 믿었으나, 핵폭
탄의 위력을 경험한 후 스미스는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고 결국은 선
사시대에 진화론적인 투쟁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전쟁도 인간의 멸종을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불황의 시기에 다른 미술가들과 함께 설립된 제도에 반발하는 항의시위
를 하기도 했고 유럽의 전쟁전의 긴장과 위협을 직접적으로 체험했으며 핵폭탄의 위력을
실감한 스미스의 작품은 20세기 전반기의 기록이며 동시에 스미스의 철학적인 면모를 드러
내는 것이다.

 스미스는 1950년대에 추상표현주의자들과 교류하면서 그의 작품 규모도 커지고 작
품에서 주제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면서 이미지도 모호하게 나타나거나 거의 비대상화되
어 그의 후기 작품들에서 이미지를 읽어내기란 어렵다.  차츰 이런 예리하고 공격적인 선
들이 폭력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1950년대 중반에 제작된 <Arc 원호>에서 처럼 자연 배
경과 어울려 공간 속에서 시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는 시기적으로 추상표현주의에
서 주제보다는 형식을 강조하면서 세상과 관계를 짓고 있던 투쟁의 영역이 차츰 스미스 자
신으로 돌렸으며 작품도 비대상으로 변화해 갔다. 세상이든 개인이든 투쟁의 흔적은 미묘
하게 승화되어 추상작품에서 기념비적이 대작 속에 녹아들어가 그의 투쟁의 흔적을 느낄
수도 있고, 한편으론 전혀 느낄 수가 없이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놓여 있는 그의 후기 작
품에서는 오히려 시적이고 서정적인 느낌마저 든다.

 
   참  고  도  판
1. 루드비그 기스, 죽음의 댄스, 1917
2. 네번째 재산, 1939-40
3. 사적인 법과 질서 연맹, 1939-40
4. 이사무 노구치, 죽음, 1934
5. 전쟁에서 면제된 부자의 아들들, 1939-40
6. 군수품 생산자들, 1939-40
7. 전쟁선전, 1939-40
8. 전쟁선전 드로잉
9. 박테리아에 의한 죽음, 1939-40
10. 가스에 의한 죽음, 1939-40
11. 시케이로, 절규의 메아리, 1937
12. 민간인 폭격, 1939-40
13. 해부학 도판
14. 1940년 드로잉, 1940
15. 점령된 도시, 1942
16. 지그, 1961
17. 잔학행위, 1943
18. 전쟁풍경, 1945
19. 강간, 1945
20. 황금 당나귀를 탄 유령, 1945
21. 배반한 알비온, 1945
22. 전쟁유령, 1944
23. 거짓 평화 유령, 1945
24. 이익을 위한 유령, 1946
25. 쥐라기 새, 1946
26. 봉황, 1948
27. Hesperornis Regalis
28. 테오도르 로작, 새끼 매의 유령, 1946-47
29. 수탉의 싸움, 1945
 
 

       BIBLIOGRAPHY
 

  ◇ 단 행 본

Marcus, Stanley, David Smith: The Sculptor and His Work.
 Itaca and London: Cornell University, 1983.

Merkert, Jorn, ed. David Smith: Sculpture and Drawings.
 Munch : Prestel-verlag, 1986

Smith, David. David Smith by David Smith. ed, Cleve Gray,
 New York: Holt Reinhart and Winston, Inc. 1968.

Wilkin, Karen. David Smith. New York: Abbreville Press, 1984.
 

  ◇ 논    문

Dehner, Dorothy. "Medals for Dishonor - The Fifteen Medallions of David Smith."
 Art Journal. 37 (Winter 1977-78_, 144-50

Gibson, Eric. "David Smith." Art News. v. 94(April '95), 143

Hadler, Mona; Marter, Joan (:ed). "World War II: reverberations(the ongoing
 significance of war in recent decades)" Art Journal v 53 (Winter '94), 6-14

Johnson, Ken. "David Smith at Matthew Marks."
 Art in America. v 83 (April '95) 102-103.

Lloyd, Ann Wilson. "David Smith." Sculpture v 15 (January '96) p.79

Lubar, Robert S. "Metaphor and Meaning in David Smith's Jurassic Bird."
 Arts Magazine. v 59 (September '84), 79-83.
 

Mac Adam, Alfred. "David Smith". Art News. v 94 (September '95), 104-105.

Mastropasqua, Luci. "David Smith", Art News. v 94 (September '95), 151.

Pachneri, Joan. T. Roszak and David Smith: A Outline of Balance.
 Art Magazine. (Feb. 1984), 107-114.

Weiss, Jeffrey, "Science and Primitivism: A Federful Symmetry in the Early New York
 School, Art Magazine. v 57, (March 1983) 82-87.
 
 

    참 고 도 판 목 록

 1. 루드비그 기스, 죽음의 댄스, 1917
 2. 네번째 재산, 1939-40
 3. 사적인 법과 질서 연맹, 1939-40
 4. 이사무 노구치, 죽음, 1934
 5. 전쟁에서 면제된 부자의 아들들, 1939-40
 6. 군수품 생산자들, 1939-40
 7. 전쟁선전, 1939-40
 8. 전쟁선전 드로잉
 9. 박테리아에 의한 죽음, 1939-40
 10. 가스에 의한 죽음, 1939-40
 11. 시케이로, 절규의 메아리, 1937
 12. 민간인 폭격, 1939-40
 13. 해부학 도판
 14. 1940년 드로잉, 1940
 15. 점령된 도시, 1942
 16. 지그, 1961
 17. 잔학행위, 1943
 18. 전쟁풍경, 1945
 19. 강간, 1945
 20. 황금 당나귀를 탄 유령, 1945
 21. 배반한 알비온, 1945
 22. 전쟁유령, 1944
 23. 거짓 평화 유령, 1945
 24. 이익을 위한 유령, 1946
 25. 쥐라기 새, 1946
 26. 봉황, 1948
 27. Hesperornis Regalis
 28. 테오도르 로작, 새끼 매의 유령, 1946-47
 29. 수탉의 싸움,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