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을 위한 글-

입체적 사고와 예술

 金 成 會 (三育의명대 아동미술과)


“우리가 태어날 때는 모두 예술가다. 그러나 누가 예술가로 끝까지 남느냐의 차이다”라는 피카소의 말이 있다. 미술의 특성인 표현과 창작의 능력은 우리 모두 천부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인간은 근본적으로 표현 욕구를 지니고 있다. 고대의 동굴 벽화를 비롯하여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인간의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어린아이들이 본능적으로 땅에 손가락으로 그리거나 자국을 남기는 것도 우리의 표현욕구의 한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어린아이 때에는 거의 누구나 그리고 만들기를 좋아한다. 그릴 수 있는 재료가 손에 쥐어지면 무언가를 그리고 즐거워한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점차 그림을 그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중학생 때 쯤 되면 미술표현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으로 구분된다. “미술시간이 왜 있는지 모르겠어” 혹은 “억지로 하는데 어떻게 감성이 길러지나”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왜 커가면서 미술에 대한 흥미를 상실할까? 그것은 눈으로 보고 혹은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표현이 제대로 안되는 데서 오는 자괴감에서 비롯될 것이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이 정확한 미술평가 기준 없이 한두 마디 던지는 부정적인 평가나 낮은 미술 점수 등도 자유로운 표현을 움추려들게하는 치명적인 요인이 될 수 있고, 이것이 곧 미술과 평생 담을 쌓고 삭막하게 지내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미술이 있는 그대로를 사진처럼 그려야만 잘 그린 그림이라는 낡은 생각 때문이다. 이제는 그림이 사물과 얼마나 닮았느냐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개성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미술작품은 결과 보다는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제작과정이 진지하면 그 결과는 당연히 감동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현재의 학교 과정에서는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 위한 훈련과 연습과정이 필요하므로 때로는 학생들이 싫어하는 과제와 방법을 억지로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글을 쓰기 전에 문자를 익히는 것과 같다. 다만 이 과정이 즐겁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작품제작(미술과목)이 흔히 알고 있는 정서함양이나 미적표현 능력 개발 보다 우리에게 주는 근본적인 혜택은 사고의 틀을 넓혀준다는 점이다. 미술가들은 흔히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비논리적인 상상이나 공상, 우리가 말하는 “감”이라는 뜻의 감각적 접근에 의한 문제 해결 방법은 인간이 지닌 특성 중의 하나이다. 열심히 한군데 몰두하다 보면 우리는 평형감각을 잃어버린다. 자기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놓고 한 5분간 집중해서 보고 있으면 ‘이것이 무슨 글자인가? 글자가 참 이상하게 생겼다’, 혹은 ‘이 글씨가 가지고 있는 뜻이 무엇이지?’ 등의 전혀 낯 설은 의미나 모양으로 보일 것이다. 미술 시간에 손을 열심히 그리다가 보면 손가락을 4개만 그리든가 손마디를 한 마디 더 그리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기의 전문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상투적인 방식으로 풀려고 집중하다 보면 쉬운 문제도 어렵게 보일 수가 있고, 한번 막힌 문제는 좀처럼 풀기가 어렵다. 이럴 때 비논리적 사고나 전혀 엉뚱해 보이는 방향에서 접근하면 쉽게 해결하거나 의외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러한 면을 고려하여 세계적인 유명 대학에서는 법대, 의대, 상대, 공대 등 모든 분야에서 예술실기를 교양과목으로 꼭 배우도록 하고 있다. 그러함으로써 전공분야에서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경직된 머리를 식혀주고, 문제를 다양한 각도의 입체적 시각에서 해결 할 수 있는 시야를 키워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술이 입체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은 앞서 말한 우리의 지식의 틀로 볼 때는 비논리적이고 공상적인 행동을 허용하는 특성 때문이다. 인간의 유한한 지식은 갈릴레오의 지동설 소동과 같이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인간은 자기중심으로 세상을 생각한다. 미술의 표현 방식에는 정답이 없다. 따라서 모든 창작품은 정당성을 지니며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자유로운 행동을 허용하는 미술활동이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미술시간은 또 다른 면에서 우리에게 유익하다. 손의 감각훈련에 의한 중추신경과 지적 능력 발달이다. 서울대학 서유현 박사의 뇌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교육은 왼쪽 뇌 교육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우리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못하고 있다. 왼쪽 대뇌는 언어와 논리성 분석력과 계산력에 강하고, 오른쪽 대뇌는 공간 입체능력과 감성능력이 더 강하다. 그러나 30년간에 걸쳐 진행된 정신분석적 연구에 의하면 서로 독립되어 있는 뇌의 두 반구는 전혀 다른 기능을 하기 보다는 서로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하고 같은 일을 상호 협력하고 있다. 따라서 왼쪽 뇌와 오른쪽 뇌를 모두 다 사용하는 것이 한쪽 뇌만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양쪽 뇌를 자극하는 데는 감각기관인 손의 발달이 가장 먼저인데, 미술활동은 다양한 손의 움직임을 통하여 시각적 작용을 하므로 두뇌성장을 돕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래서 교육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는 손은 제2의 뇌이므로 ‘예술을 매체로 전인교육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중학생은 주관적인 사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림을 그리면서 얻어지는 창조의 경험,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하고 응용하며 생기는 융통성, 사물과 접촉하고 관찰함으로 생기는 집중력이나 이해심 등은 인격 형성의 뼈대가 된다. 캘리포니아대 의대의 신경생리학자인 프랭크 윌슨 교수는 <손The Hand>이란 책에서 “진정한 지식은 순수한 사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세계의 적극적인 조작, 즉 행동과 감성의 결합에 의해 만들어 진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미술활동은 우리의 사고력을 키워줄 뿐 만 아니라, 경직되고 틀에 박힌 사고방식에서 보다 더 자유롭고 현대에서 요구하는 개성을 키울 수 있는 입체적 사고 방법을 알려 준다. 미술을 통하여 과거 산업사회의 한 가지 지식을 지닌 사람으로 머물기보다는 다양한 능력과 사고력을 지닌 현대인이 되길 기대한다.